베이스캠프가 가지는 의미



올해 7월까지 전세계약기간이었는데 집의 하자로 일찍 계약을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마침 추운 겨울인지라 따뜻한 나라에서 독일가는 준비를 하기로 하고 급하게 정해서 나온 말레이시아.

어제는 쿠알라룸푸르의 상징인 KLCC 페트로나스 쌍둥이 타워에 다녀왔다.
그러니까, 관광을 하고 온 셈인데, 숙소에 돌아오자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이전에 일본에서 1년여간 회사를 다녔을때도 그랬지만, 여행으로 어딘가를 갈 때와, 실제로 살아보기 위해 갈 때는 느낌이 아주 다르다. 이 곳 말레이시아도 단지 여행으로만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아주 복잡하다.

여행이라면 일상에서 벗어나는 해방감을 느끼기도하고, 모든 스케쥴이나 생활 리듬이 기존과는 다르게 변하지만, 생활이라면 생존을 위한 고민을 멈출수가 없다.

이곳에 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이 마트에 간 것이다. 마트에 가서 아이들 해 먹일 식사 재료를 사고, 그 비용을 파악하고, 숙소 근처의 식당과 편의시설 등을 숙지했다.

여행이라면 그냥 맛집 찾아다니고 쉬고 있었을텐데, 지금은 다르다..

만약 지금이 봄이나 여름이었다면 아마도 독일에 관광비자나 구직 비자로 바로 들어갔었을텐데, 그랬다면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이러한 시행착오나 어지러운 생각들로 초기 적응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것 같다. 특히 가족들과 함께이기 때문에 가장이 겪는 시행착오는 가족의 입장에서 고통이 될 수 밖에 없다.

임시 숙소의 위치, 숙소의 규모, 적응때까지 필요한 물건, 마음가짐, 비용 등.. KL 에 와서 5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러한 부분은 한국에서 예상할 수 없었던 부분이었다.

이제 독일에 간다면 이러한 부분은 미리 준비해서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 이곳에 와서 느끼게된 좋은점 하나는 결국 저질러버렸다는 것이다. 한국에 있었다면 아이들 일로, 회사 업무로, 집안일로, 기타 여러가지 일로 독일로 가겠다는 계획의 우선순위가 미뤄졌을텐데..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독일로 가기 위해 해야할 일들이 최우선 순위가 될 수 밖에 없다. 언제까지 떠돌며 살 수는 없으니까..

미루고 미루던 프로젝트 마무리부터 이력서 작성, 언어공부까지..이제는 우선순위를 낮춰 미룰 이유가 없어진것이다. 지금 하려고 보니 이것 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일인데 한국에 있으면서 언어공부도 하고 취직준비, 혹은 사업준비를 하고, 또 남편으로서, 아빠로서의 역할도 하려고 했었다니..

이번주와 다음주는 조금 집중해서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한달이 넘게 손을 놓고 있었더니 다시 집중하기가 매우 어렵고 초기에 세웠던 설계가 맘에 들지 않는 부분도 많아졌는데 일단 마무리를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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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KL 을 베이스캠프로..

'지금 이대로 좋은 걸까?'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일까?'

 

십 수년째 해온 고민들과 함께, 아이들의 어린 시절에 최대한 붙어있자는 생각의 결과로, 지금 우리 가족은 말레이시아에 있다. 차도 집도 짐도 모두 정리하고 나중에 '어딘가'에 정착하면 받아 볼 택배박스 몇 상자만 남기고 그렇게 도망치듯 떠나왔다.

 

'애들 학교는? 한국에 집은? 일은? 돈은? 왜 말레이시아야? 언제 돌아와?..' 수 많은 질문에 우리 스스로도 아무런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말 그대로 '그냥' 이곳에 왔기 때문이다. 그것도 편도로, 딱 한 달간의 숙소만 잡아서. 꼭 이유를 찾아보자면, 여긴 따뜻하고, 휴양지보다는 싸고..뭐 그런 이유들..

 

맨날 말로만, 머리로만, 계획만 세우다 벌써 나이가 이렇게 되어버리고..정보를 찾는답시고 검색해 보면 수년 전 내가 쓴 글이 검색된다. 그저 이렇게 지나가버리는 시간들이 '오늘'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이야기해주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살 수록, 머리는 편안해지지만 가슴은 불안해진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는 절대로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무엇인가를 성취하기 위해 세우는 계획때문에, 더 큰 무엇인가를 잃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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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말레이시아로..

개인적으로 '일단'이라는 단어는 좋아하지 않지만 상황이 그렇다.

이 집을 나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사실 마음의 결심을 앞당겨 준 계기가 된 것도 있지만 어쩌면 우리의 마음을 시험하는 단계가 와버린것일지도..

집의 하자 때문에 계속 살수는 없고..동네와 이웃이 너무 좋아 몇 년 더 머물고 싶었다가도..치솟는 전세값과 떨어지는 집값(하지만 사기엔 비싼)이 여러가지로 위협이 된다.

겨울이고 하니 바로 독일로 가기보다는 따뜻한 동남아에서 겨울을 보내며 독일로의 도전을 본격적으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동남아쪽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푸켓이 가장 유력한 후보에 올랐으나, 휴양지도 아니고 우리가 잠시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쿠알라룸푸르에 먼저 가보기로 했다.

이제 여기서 미뤄둔 포트폴리오도 완성하고 이력서도 써보고 하고 있는 사업의 사업성도 검토해볼 수 있을것 같다. 

숙소는 한 달로, 비행기는 편도로 끊었다. 혹시몰라 자동차는 처분하지 않으려 했는데 출발 전까지 한 번 팔아볼 생각이다. 내일 집을 비워야 하는데 이삿짐 센터를 이용하지 않으니 아직도 처리해야 할 짐들이 산더미다.

여행으로 한 달이라면 참 길고 편안하게 생각되는데, 그렇지 않은 한 달이라니 참 짧게만 느껴진다.

말레이시아에서 한 달..그리고 다음은 어디일지. 과연 그곳에 있는 동안 어느 정도 발걸음을 할 수 있을지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된다.